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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腦 속으로 가는 길' 청진기 놓고 레이저로 찾았다

2013-03-06

'腦 속으로 가는 길' 청진기 놓고 레이저로 찾았다

의사출신 최철희 KAIST 교수, 레이저로 약물전달기술 실용화 박차
"수년내 실용화 단계…치매등 뇌질환 치료 새로운 전기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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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에 대해 창의적이라고 하면 가끔 죄책감이 든다. 내가 한 일이라면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의 관계를 찾아 연결한 것뿐인데."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스티브 잡스의 얘기다.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를 이용한 뇌혈관 투과도 및 민무늬근 수축 조절 기술.' 

최철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도 실은 엉뚱하다 싶을 만큼 이질적인 분야의 결합에서 비롯됐다. 

신경과 전문의 출신인 최 교수는 지난 2005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진에 합류했다. 뇌암이나 치매 등의 뇌질환을 연구하며 느낀 갈증 때문이다. 경험에 기반한 의학데이터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지만 근본적인 기전작용에 대한 궁금증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최 교수는 다학제적 접근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주리라는 믿음으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뇌'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던 바이오및뇌공학과에 몸을 담게 된다. "이질적인 학문적 배경 속에 진리를 탐구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최 교수는 양자물리·양자화학·세포생물학·계산생물학·바이오광학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과 교류하며 본연의 테마인 '뇌질환 이해'의 깊이와 폭을 더해갔다. 

최 교수는 특히 생체영상기술과 광자극을 이용한 생체기능 조절기술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로도 연구의 외연을 넓혔다. 그 결과 2009년 당뇨발 같은 말초조직 혈류저하를 조기진단할 수 있는 근적외선 영상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산업체로 기술이전한 데 이어 또 다른 독특한 접근법을 찾게 된다. 바로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다. 



◆"재미와 다양성이 과학적 발견의 동력…진리 탐구 즐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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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우연처럼 찾아왔다. 그의 연구팀에 소속된 한 연구원이 다광자현미경(형광물질로 세포를 관찰하는 현미경)으로 생체 뇌영상을 관찰하던 중 그만 실수로 레이저의 강도를 과하게 올린 것이다. 그 순간 뇌혈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형광물질이 혈관벽에서 새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됐다.

사람의 뇌혈관에는 '혈뇌장벽'이라는 촘촘한 보호장치가 있다. 유해세균이나 화학물질은 막고 산소와 포도당 같은 필요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켜서 인체 주요장기인 뇌를 보호하려는 기능이다. 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약물도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뇌로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원하지 않았던 실험결과인 만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고 무시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미'와 '다양성'을 과학적 문제해결의 최고 원동력이라고 믿어온 최 교수는 이 사소한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중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치료제 투입이 어려웠던 뇌에 레이저를 이용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의생명과학계는 그동안 약물의 분자구조를 바꾸거나 심지어 두개골에 미세한 구멍을 내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뇌 속에 치료약물을 넣을 수 있는 수단을 찾는 데 힘써왔다. 그러나 인체 안전성과 비용 등에서 번번히 벽에 가로막히곤 했다. 

최 교수팀은 끈질긴 연구 끝에 극초단파 레이저 빔을 10만분의 1초 동안 쥐의 뇌혈관벽에 쪼이면 혈뇌장벽에 일시적으로 틈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이 틈을 통해 원하는 뇌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최 교수는 "레이저를 쪼여 혈뇌장벽이 기능을 잃더라도 몇 분 뒤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며 "욕실의 타일은 손상시키지 않고 사이사이 접착제를 일시적으로 깨주면 바닥에 물이 스며드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극히 짧은 시간 레이저를 조사해 세포나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생체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수년내 실용화 단계…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기 마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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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DNA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낸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20세기 과학자들의 최대과제 가운데 하나였다면, 21세기는 뇌과학이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예측이다. 현대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신비로 남아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미국이 제2의 게놈 프로젝트로 불릴 대규모 '인간두뇌 프로젝트' 출범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3월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로 공식화될 '인간두뇌 연구계획'은 미국 연방기관과 민간재단, 관련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향후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입해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뇌의 신비를 밝힐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두뇌지도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미국의 미래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3년 교과부의 대형국책R&D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로 국내 뇌연구 인프라의 중추신경 역할을 하는 '뇌기능활용 및 뇌질환치료기술 개발연구사업단'(이하 뇌기능연구사업단)을 발족하고 10년간 총 1350억원을 투입하며 뇌과학 관련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 확보와 실용화 연구에 주력해 왔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신경약물전달 기술은 뇌기능연구사업단이 추진 중인 뇌질환치료 핵심기술 융합연구 프로젝트 중의 일부다. 

최 교수팀의 기술은 교과부 주관 대형연구개발사업의 성과확산 기관인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센터장 최건모·이하 센터)의 전문컨설팅을 통해 뷰웍스라는 기업에 이전됐고 현재 상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수 년 내에 뇌졸중과 치매 같은 각종 뇌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개발한 '근적외선 형광영상을 이용한 관류 측정기술'은 이미 의과대학 등에서 동물실험용 시제품이 사용되는 등 빠르게 실용화가 진척되고 있다. 올해 내 정식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이 대당 2억원에 달하는 유사수입장비의 5분의1 정도에 불과해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용장비뿐만 아니라 향후 CT나 MRI 같은 고가영상장비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아 산업적으로 큰 파장효과도 예상된다. 

최 교수는 "레이저를 쥐보다 두꺼운 사람의 두개골에 투과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람의 망막에도 혈뇌장벽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망막혈관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황반변성 같은 망막질환에는 빠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교수는 또 "레이저를 이용한 신경약물전달기술은 안전하게 생체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을 세포 수준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해 실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